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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았다 생각했는데, 매우 길었던 2017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한살 한살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1년이라는 시간이 매우 짧게 그리고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고 살아왔다.

 그리고, 2017년 또한 그러한줄로만 알았다. 매우 빠르게, 하루하루가 일상적이었던 것처럼 흘러간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제로 마무리가 된 2017년을 돌아오면 정말 그러하지 않았다. 매우 느렸고, 힘겹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삼십이라는 나이와 그 무게감에 걸맞게 흘러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고, 쉽게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아파했고, 고민했고 또한 치열했다고 돌이켜보니 생각이 든다.

 사실, 그 어딘가에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말들을 적어보고자 오늘의 블로그를 열어 글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쉽게 말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감성적이 되었고, 굉장히 내면에서 많은 갈등을 하였다. 너무나 익숙했고, 그 익숙했던 것은 영원할 줄로만 알았다. 어느정도 성숙했다 생각했고,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더 어른과 같이 이야기하고 대처할 수 있는줄로만 알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그렇다. 너무 익숙했던 나머지, 끝이라는게 있는줄 몰랐던 것이다. 그것이 정말 소중한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7년 나는 이별했다. 정말 기나긴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과 이별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개운하지는 않다. 이별의 사유가 무엇인지, 왜 이별해야만 했던 것인지. 그렇지만, 두 사람의 연애에 있어서는 한 사람만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나 스스로를 다져왔다. 그 사람에 대해 원망을 하지는 않는다. 원망할 수가 없다. 그저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더라면, 조금 더 맞는 사람이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다독이며, 위로했다. 한달이, 두달이, 그렇게 2017년이 끝날때까지. 정말로 긴 시간들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고자 많은 생각을 했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전달되진 않았다. 난 현재에 안일했고, 다가올 미래에는 더더욱 안일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줄 알았고, 내가 꿈 꾸는 것을 상대방도 함께 꿈 꾼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연애를 함에 있어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다.

'무엇이 됐든 말로 꺼내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

그랬다,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지만, 난 혼자 꿈꾸고 혼자 생각했고, 혼자서 그려왔던 것이다.

이별 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었고, 단순히 연애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인지. 이별 전과 이별 후를 비교해 생각해보았을 때,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별 전 나에게 사랑과 결혼은 굉장히 거창한 것이었다. 거대한 꿈을 함께 꾸고 이뤄갈 것이며, 정말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별 후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은 거창하지도 않았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마주보며 삶을 살아가는 것.

아마, 이별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정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다. 나의 서른살의 마지막은 내 스스로를 열심히 되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실은 2017년은 내가 직무를 옮기고, 내가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한 도전이고,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등에 대해 굉장히 크고 중요한 한 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삼십년을 더 살면서 느낄 수 없을, 지난 삼년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들을 보내야했던 그런 가슴 아픈 한 해의 의미가 더욱 큰 것이었다.

어렵다. 2018년 1월 1일인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맞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작년의 감정을 다시 한번 기록하고 정리해보는 것이 조금은 옳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의 내 마지막 모습을 기억해보자. 마지막은 웃으며,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준비를 하며. 더이상은 아파하지 않게. 조금 더 나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도록.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되 거만하지도 건방지지도 않도록. 조금 더 당당할 수 있도록.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지레 겁먹지 않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날을 잊지 말고, 경험으로 부터 배운 교훈을 되새기며 보내는 2018년이 될 수 있도록.

행복하자. 올 한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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